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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생각날때마다

게임학과에서 강의해보니..

by 대마왕J 2014. 9. 25.

졸업작품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기획이 엉망으로 나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 그런가? 그동안 배웠던게 뭐길래? 라고 생각해 보다가 학생들에게 제일 처음 가르쳐야 할 것은 '게임이 뭔가' '왜 게임이란 존재가치가 있는가 ' 라는 철학이라는걸 깨달았다. 많은 학생들이 게임이란 '돈을 벌기 위한 기술' 로만 접근하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그러니 기획부터 저 모양이지.

 

그리고 그 학생들의 잘못된 생각은 , 사실 아무 생각 없이 배끼기만 해도 성공했다라고 인정해주는 업계의 비도덕성부터 시작한다. 결국 사회 기본부터 문제이긴 하다는게 더 괴롭다는 거지. 학생 잘못은 당연히 아니다.

창의적인 재미를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하다가 현실과 타협

 

나는 게임이 소설이나 영화와 이상으로 사회를 반영하기도 하고 꼬집기도 하고 의견을 주장하기에 멋진 도구라고 생각한다. 페이퍼 플리즈만 해봐도 많은 걸 느낄 수 있듯, 뭔가 느끼게 해주는데 게임은 집중해야 하는거다.

물론 생각없는 오락 영화가 있듯 , 오락게임이 없을 수는 없고 있어야만 한다. 문제는 오락게임이 게임의 전부라고 사람들이 인식한다는 거다. 마치 세상의 영화는 모두 트랜스포머다 라고 생각하는 것 처럼. 트랜스포머는 영화를 대표하지 않는다

결국 내가 학교에 온 이유도, 소수의 학생들이라도 '우리는 게임으로 세상에 어떻게 공헌할 수 있을까?' 를 토론해보고 싶어서이다. 돈을 위한 생각은 어차피 회사가면 실컷 하게 될테니.

 

그러니 학생들의 기획이 엉망인건,'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없는 소설가' 와 같다는 것이다. 마치 야설처럼 자극적인 단편들을 흐름없이 나열해놓고 재미있기를 바라는 것이니...

게임으로 돈을 벌고 싶다는 열망은 좋다고 본다. 그것도 건전한 열망 중 하나라고 본다. 그렇다고 돈을 벌기'만' 위한 게임을 만든다면, 그냥 다른 게임을 복사해서 불법 도박 게임을 만드는 편이 나을 것이다.

불법 도박이 아닌 제대로 된 게임에서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생각으로 만들어야 그게 돈으로 돌아오는 것이지,

돈을 벌기 위한 것만 생각하면 결국 재미있는 게임이 나올리가 없고 돈도 벌릴 리가 없는 것이라는 단순한 얘기를 해줘야 할 것 같다.

 

그럼 돈을 벌기 위해 재미를 먼저 생각해야 하나 유료아이템을 먼저 생각해야 하나 뻔하지 않은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렇게 영혼까지 탈탈 털리도록 지적질을 심하게 받고 나서도 포기하지 않고 고민해서 나름대로의 개선책이

라고 들고는 와서 교수님들을 계속 괴롭힌다는거. 덕분에 밤 10시까지 저녁을 못먹고 있다는건 힘들지만, 어쨌건 희망은 보인다.

 

ps. 재미있는 것은, 10년 전쯤 강의할때는 '너무 꿈만 가득한 현실성 없는' 기획을 들고 오는 친구들이 많아서 현실을 보여주는게 중요했었다는거. 지금은 너무 현실에 찌들대로 찌들어 꿈이고 로망이고 없는 기획을 들고와서 반대를 보여주는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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