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열정을 가져라' 라고 한다면 꼰대에다가 악덕업주 같은 느낌으로 불리죠.
요즘엔 어떤게 인기 있냐면 ... '어차피 너 공짜로 부려먹을 나쁜놈들 뿐이니까 눈치보면서 돈 주는 만큼만 일해라' 라는 얘기입니다.
학생들을 가르쳐 보면 저 얘기에 물들은 (?) 친구들도 가끔 보이고요 ㅎㅎㅎ
뭐 사실 저 역시 쓸데없이 혹사당하는 바보들로 우리 애들을 키우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문제는 어느 회사가 열정팔이인지 정말 열정있는 회사인지 모른다는 건데, 결국 그걸 구별할 수 있는 눈과 경험을 꾸준히 주는 수 밖에 없고 계속 체크해 주는 수 밖에 없겠지요.
각설하고.
그래요 열정은 필요합니다. - 열정이라는 단어가 너무 뉘앙스가 안좋아졌다고 '애정' 으로 바꾸라는 스승님(하이브리드)의 조언도 있었는데요. 동의합니다. 그래도 여기서는 열정이라고 쓸께요. 좀 쎄보이게 ㅋㅋ -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열정(애정) 없어 보이면 아예 안뽑습니다.
면접 자리에서 열정(애정) 없어 보여보세요. 애늙은이 같을 겁니다.
뽑는 사람 입장에서도 불안해 보이겠죠. 얘는 하기도 싫은 일 하러 오는 거구나 - 사실 면접관도 지금 이 면접 일이 즐겁지만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 어쨌건 신입이 저런 스탠스를 풍기면 일단 안뽑힙니다. 좋은 회산지 나쁜 회산지 가릴 기회도 안줘요...
그래요 안뽑는다고요 ㅠㅠㅠㅠㅠㅠ
2. 어차피 회사 들어가면 많은 꿈과 열정이 깨집니다
즉 열정은 식습니다. 길어봐야 3년 ...? 회사 일은 원래 재미가 없는게 정상이예요.
첨에 들어가서 하고 싶은 일로 신나 있어도, 얼마 지나면 힘들고 지겨운 일이 되는게 세상입니다.
그런데 지망생때부터 열정없이 짜게 식은 친구가 들어가서 그 하기 싫은 일을 시작하면? 들어가자마자 지옥이 될겁니다.
열정은 시작단계에서의 좋은 발화연료 같은 것이지요. 마치 결혼생활과 같습니다.
"열정을 위해 결혼하지만 열정은 결혼만큼 오래가지 않는다 " - 탈무드-
3. 20대 때의 열정으로 30대때부터는 돈과 여유를 만드세요
어차피 신입때 배워야할게 너무 많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가르쳐도 회사 들어가면 정신없는 공부가 기다리고 있죠.
정말 열정이라도 없으면 버티기 힘들어야 좋은 교육을 받은 것일수도 있습니다. - 인간관계로 힘든것은 좀 아니지만요. 일 배우는 것으로 힘든거라면 매우 좋은 환경이지요 -
그렇지만, 그 힘든 과정은 20대에 끝내야 합니다. 20대에 고생하면서 배워야 할 것은 좋은 경험과 좋은 인맥, 그리고 좋고 나쁜 회사를 고를 수 있는 눈과 경험입니다. 30대때 그러면 몸이 난리가 나요. 생활이 엉망이 됩니다.
첨부터 실력과 경험이 너무 좋아서 20대때부터 안정과 돈을 찾을 수 있다면 당연히 금상첨화입니다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4. 그게 없으면 처음에 실력이 늘기가 힘듭니다.
3번과 연결될 수도 있는 말입니다만, 신입이 솔직히 잘 해 봤자 얼마나 잘하겠습니까 --;;;
아무리 날고 기어도 학생수준은 학생입니다. 회사에 가면 거의 민폐캐릭터일 확률이 커요.
그 상황에서 빨리 실력이 늘어서 민폐캐릭터를 벗어나려면 처음에는 조금 무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걸 '책임감' 이라고 불러도 되고 '애정' 이라고 불러도 됩니다. 그렇지만 저는 '열정' 이라고 부르지요. 뭐라고 부르시던 상관 안하겠습니다.
요즘엔 사실 이런 얘기하면 돌맞아 죽는 시대가 되었는데요. 뭐 이해는 갑니다. 워낙 악덕업주들도 많고, 구직자나 직장인들에게 희생만 요구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그렇다고 시작할때의 절대적 약자이며 민폐꾼인 신입이 열정이라는 스팩도 없으면 뭘로 평가받을까 싶습니다.
당연히 학생이니 기본적인 자기 정보밖에는 없는 , 비었다 싶을 정도의 이력서에, 나름 열심히 한 것 같지만 데려다가 바로 쓸 수는 없을 수준의 포트폴리오에 (요새 회사에서는 키워줄 여력이 없죠) , 별로 열정도 없을 것 같은 ... 이 회사가 돈 많이 주나 ... 를 노리는 눈빛이라면 아무도 뽑지 않겠죠.
실제로도 실력이 나쁘지 않은 - 학생 수준에선 - 친구가 면접마다 떨어지길래 이유를 알아봤더니 '열정없어 보여서' 라는 얘기를 듣고 여전히 열정은 스펙중 하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었죠. ㅠㅠㅠㅠㅠ
... 그리고 열정 얘기하는 늙은이면 악독한 꼰대라고 하는 사람들은 이미 안정되게 업계에 안착해서 열정이 다 사라진 사람들입니다. 그 분들이 신입때에도 지금과 같은 스탠스로 회사를 성공적으로 구할 수 있으셨는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그 분들은 면접관들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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